채 상병 소속 대대장 “사고 전날 수색 중단 건의, 사단장이 묵살”

큰사진보기 ▲ 2023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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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병대 고 채 상병이 순직하기 하루 전날 호우경보로 수색작전이 불가능해지자 소속 대대장이 작업종료 건의를 했지만, 임성근 당시 사단장이 작전지속 명령을 내렸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전 해병1사단 포7대대장 이아무개 중령의 변호를 맡은 김경호 변호사는 24일 채 상병 순직 사고 하루 전인 2023년 7월 18일 이 중령이 해병대 7여단장 및 7여단 작전장교와 나눈 통화 녹취를 언론에 공개했다.

녹취에 따르면 여단장은 이 중령에게 “상황이 좀 어떠냐”고 물었고, 이 중령은 “비가 많이 와서 지금 잠깐 차에 타 있으라고 그랬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여단장은 “현장 지휘관 판단 하에 그렇게 하고 이게 정식으로 철수 시는 좀 상황이 애매해. 내가 사단장님께 몇 번 건의 드렸는데, 첫날부터 알잖아”라고 말했다. 자신은 작전 종료를 사단장에게 건의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김경호 변호사는 “현장을 방문한 임성근 당시 해병1사단장을 수행 중이었던 7여단장이 임 사단장에게 종료 명령을 건의했지만, 임 사단장은 ‘오늘은 그냥 지속해야 한다’고 지속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 중령과 7여단 작전과장 손아무개 소령 사이의 통화가 녹음된 또 다른 파일에는 작전과장이 “방금 여단장님 전화가 왔는데 사단장님께서 옆에 계시는데 정상적으로 16시까지인가 하라고 하실 거다”라고 말했다. 육군 병력은 수색작전을 중단하고 철수했던 상황이었지만, 해병대는 임 사단장의 명령에 따라 작전을 지속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임 사단장 명령에 따라 작전 지속 정황
큰사진보기 ▲ 22일 오전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출두한 해병대 제1사단 제7포병 대대장과 김경호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지난해 예천군 수해로 순직한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는다. 2024.4.2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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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채 상병이 소속되었던 해병1사단 포병여단은 신속기동부대로 작전통제권은 합동참모본부, 육군 제2작전사령부, 육군 50사단 순으로 전환된 상태였다. 또 채 상병이 목숨을 잃기 이틀 전인 7월 17일 해병1사단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단편 명령 제23-19호에 따르면 해병1사단 포병여단은 ‘호우피해 복구작전’ 시행시 육군 50사단의 통제를 받도록 되어 있었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7여단장은 수색 종료 건의를 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던 육군 50사단장에게 했어야 하는데, 자신이 수행하고 있던 임성근 사단장에게 했던 것이다. 또 임 사단장 역시 이미 작전통제권을 육군 50사단장에게 넘긴 상태에서 작전지속 명령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경호 변호사는 녹취 파일을 근거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에게 통제권이 없기 때문에 명령을 내린 바가 없다고 하지만 바로 작전 지속명령을 스스로 내렸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것(작전 지속 명령)은 합참 단편명령이나 제2작전사령부 단편 명령상 육군 50사단장이 작전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명령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고, 정상적으로 7여단장이 50사단장에게 보고하였다면 육군처럼 작전을 종료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임성근 전 사단장은 자신은 결코 장병들에게 물에 들어가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으며 작전통제부대장인 육군 50사단장과 현장부대장에게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