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와는 아주 다른, 요즘 아이들의 반장 선거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초등학교에선 학기 초에 반장 선거를 한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라고 하여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반장 선거에 나서는 아이들은 모두 결의를 다지고 나온다. 저마다 학급과 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약을 만들어 선거 활동을 한다. 반장 선거에서 공약이 중요하다는 것은 후보뿐 아니라 유권자인 반 아이들도 알고 있다.

공약은 공식적인 약속이라는 뜻을 알고 있기에 후보는 나부터 지킬 수 있는 공약, 내가 지킬 수 있는 공약을 고심하며 만든다. ‘라떼’와는 아주 다르다. 그 옛날 ‘라떼’의 반장 선거는 인기 있는 친구, 재밌는 친구, 공부 잘하는 친구가 반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공약을 보고 반장을 뽑는다. 물론 100% 공약만으로 반장을 뽑지는 않는다. 100%는 아니라고 하여도 공약은 반장 후보에게도 유권자인 반 아이들에게도 중요하다.

유권자인 아이들은 지킬 수 없는 허무맹랑한, 허풍에 가까운 공약을 내건 후보는 외면한다. 외면당하지 않고 반장에 당선되기 위해서 후보는 학급과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공약을 만든다. 내용은 이렇다.

– 학급 의견함을 만들겠다.

– 축구공, 농구공을 비치하겠다.

– 왕따가 없는 반, 학교 폭력이 없는 반을 만들겠다. 꿈이 가득한 반을 만들겠다.

– 언제나 교실이 깨끗할 수 있도록 하겠다.

– 학습 도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

– 재미있고, 다양한 운동회를 기획하겠다.

– 건널목 안전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

공약은 구체적이다. 후보는 허무맹랑한 선거 공약은 해서는 당선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부터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는 기본에 충실해 공약을 만들고, 학급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미하고, 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이끌어갈 리더십을 더해 공약을 내놓아야 반장으로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반장 선거에서 공약이 중요한 만큼 공약 만들기를 알려주는 사이트와 동영상도 많다. 반장으로 당선되는 꿀팁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보면 선거 공약과 연설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학기 반장 선거라면 공약만 잘 말해도 당선 확률이 높아진다.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선거 공약을 어떻게 효과 있게 전달하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연설할 땐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말하기로 소품을 활용하여 나를 소개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자면 ‘내가 반장이 되면 우체통이 되겠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 전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반장이 되겠습니다’ 등으로 나를 소개하는 방법이다. 이 밖에도 삼행시로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삼행시는 내 이름을 아이들에게 굵고 짧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선거 기간 내내 후보를 도와 홍보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 후보 이름과 번호, 공약 등을 쓴 피켓을 들고 반장 후보의 유세를 돕는다. 후보 이름을 넣은 노래를 만들어 피켓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열렬히 유세를 돕는 친구들의 격돌은 또 다른 선거 현장이다.

이 모든 과정은 반장 선거가 있는 날까지 계속된다. 드디어 투표 날이 되어 유권자의 선택으로 반장이 선출되면 이제야말로 반장으로서 내가 내놓은 공약을 지킬 때이다. 공약은 공식적인 약속이기 때문이다. 반장은 유권자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계획을 짜고 실천한다.

학급 의견함을 만들고, 축구공과 농구공을 마련할 방법을 생각하며 운영 시간을 결정하고, 교실을 깨끗하게 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견을 모으고, 학습 도우미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한다. 꿈이 가득한 반을 만들기 위해선 단 한 명의 친구도 소외되어선 안 되므로 다 같이 운동회에서 발표할 춤을 준비한다. 운동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안전하도록 건널목에서 멈춰서기, 뛰지 않기, 좌우 살피기 등을 교육한다.

investing : 이 모든 공약을 반장으로 한 학기 동안 성실이 지켜가는 것이 선거의 끝이다.

ai 투자 : 아이들은 아마 약속을 지켜가고 있을 것이다.

공약은 공식적인 ‘약속’이니까.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2023년 12월 첫 번째 장편동화『올해의5학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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